지난 8월 말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인 승용차 운전자가 지하 주차장 입구에 자신의 승용차를 주차시킨 후 잠적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 사건은 결국 4일 만에 승용차 운전자가 대리인을 통해 사과 하고 이사계획을 발표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이는 최근 대한민국에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거주하는 사람들 간의 각종 분쟁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2016년 인구주택 총 조사에 의하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은 75%나 되고 이는 한국의 인구 중 4명중 3명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한편,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김포시는 올해로 시(市)승격 20주년이 되고 있으며, 김포한강신도시를 필두로 하여 김포도시철도 개통 및 역세권 아파트 건설 등 수많은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이다. 그렇다면, 아파트 등 밀집된 지역에서 아파트를 둘러싼 각종 갈등들을 해결할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가?
이와 관련하여 최근 선거 또는 투표를 통한 갈등 해결 방식이 주목 받고 있다. 그 이유는 갈등 해결방식으로서의 선거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갈등 해결방식으로서의 선거의 장점은 우선, 선거에 의한 갈등 해결은 1인 1표 등 표의 등가성 원리를 기반으로 한 평등주의에 입각한 갈등 해결 방식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선거는 갈등과 관련된 당사자의 직접 참여에 의한 해결방식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 선거는 그 투표에의 참여율(투표율)이 50% 초과 등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선거는 본인의 자발적인 참여와 선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갈등 해결방식 보다 결과의 수용 가능성이 큰 반면 결과에 대한 반발 가능성이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투표시스템(K-voting)이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개발하여 위탁·운영하는 투표시스템으로 아파트 동 대표 선거 등 민간선거를 온라인상(PC, 스마트폰,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으로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김포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2018년 11월 현재 24건의 민간선거에 온라인투표시스템을 지원하였고, 그 중 김포시 관내 아파트 선거 또는 투표를 지원한 것은 22건이며 총 건수의 90%를 넘는 수치이다. 특히, 김포B아파트 동 대표 선거의 경우는 80.24%의 높은 투표율을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과거 현장 투표를 하는 경우보다 투표율이 높다.
나아가 아파트 동 대표 선출 뿐 만 아니라 휘트니스 센터 운영방법 투표, 관리규약 개정 및 관리방법 변경 투표 등 다양한 사안을 입주민들이 직접 판단하고 투표하였다. 즉, 입주민들이 아파트를 둘러싼 갈등상황이나 분쟁을 직접 선거나 투표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아시다 시피, 기원전 5세기 경의 아테네에서는 민회, 에클레시아를 통해 시민이 직접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였다. 즉, 10개의 부족에서 추첨으로 뽑힌 500명으로 구성된 500인 평의회에서 민회에서 다룰 사항들을 결정하였고, 한 달에 약 4회 정도 5,000명~6,000명 내외의 시민으로 구성된 민회를 열어 전쟁의 선포 등 중대한 사항을 직접 결정하였다. 우리는 이를 아테네의 이상적인 직접 민주정치로 부르고 있다.
현재 아파트 등의 개별 단지의 세대수가 대부분 5,000세대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공동주택 영역에서의 직접민주주의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보면 중장기적으로는 편리하고 효율적인 온라인투표시스템이 생활민주주의 영역에 있어 직접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물론, 입주자대표회의라는 대의기구가 존재하는 만큼 입주민의 직접적인 문제의 결정 및 해결은 제한적이겠지만, 이러한 경험들을 토대로 공직선거에서 더 올바른 후보자나 정책을 선택할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아파트 동 대표 선거 등 민간선거에 대한 지원은 생활민주주의의 확산을 위해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