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들이 관리하는 농업기반시설 개·보수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바람에 애꿎은 시민들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김포시 건설도로과는 2014년 4월 2일 농민들이 제기한 풍무동 333-4번지 용수로 복개 및 배수로 정비를 농어촌공사(이하 공사)에 요청했다.
이에 농어촌공사는 “영농 위주로 우선순위에 따라 시설물 보수를 실시하고 있어 동 구간 의 보수는 어려우니 김포시가 민원 해결에 협조해 달라”고 답변했다.
김포시 읍면동 관계자들은 “매년 농업기반시설에 관한 민원이 발생하는데 공문 등으로 공사에 보수를 요청하면 돈이 없어 해줄 수가 없다는 똑같은 답변만 돌아 올 뿐”이라고 밝혔다.
농민들은 농업기반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우선 가까운 읍면동에 찾아가 불편을 호소하며 보수를 요청한다.
시는 이것들 중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것은 공사에 민원을 이첩한다.
하지만 공사는 배수로에 주택, 공장 등 하수가 유입되므로 시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거나 예산 여건상을 이유로 보수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시 관계자는 “하수가 유입되거나 농로 관련 보수 등은 전체 건수에 50% 정도이고 그것도 법에 의해서 농어촌공사가 마땅히 해야 한다”라고 일축했다.
민원인들의 불편을 도외시할 수 없고 더욱이 항의에 견딜 수 없는 시는 어쩔 수 없이 공사(工事)를 해 주고 있다.
더군다나 이 같은 일은 끝도 없이 매년 반복되고 있는 것이 문제점이다.
김포시 경우 이 같은 공사로 지출한 비용은 2010년 20건 28억1500만원,2011년 22건 8억6000만원,2012년 28건 17억8200만원,2013년 37건 21억 1900만원,2014년 27건 7억6700만원,2015년 20건 9억5500만원 등 6년간 총 154건 92억9800만원에 이른다.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이 비용은 농어촌공사에서 부담해야 하는데 현실은 애꿎은 시민의 혈세가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우리가 관리하는 시설은 우리가 보수를 해야 하지만 더러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하지 못하고 있다”며“수세가 폐지되고 정부도 충분한 예산을 주지 않아 돈이 모자라서 어쩔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사가 제대로 일을 하도록 본사 사장 등 임원들이 적극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본사에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농림부와 농어촌공사가 받아가는 많은 금액의 농지전용부담금과 구거점용료를 보며 돈이 없어 못한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김포시의 경우 2010~14년 기간 농지전용부담금은 1,112억원, 구거점용료는 30억원이다.
특히 김포한강신도시 개발로 인한 농지전용부담금은 LH가 1,462억원의 막대한 금액을 지급했다.
이에 공사(公社) 관계자는“규정상 농지전용부담금은 농지조성에만 사용해야 한다”며“그래서 농업기반시설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농어촌공사는 해마다 계속 수백억의 순이익이 발생하고 있어 돈이 없다는 답변을 무색하게 한다.
농어촌공사 제무제표에 의하면 당기순이익은 2010년 761억,2011년 923억원,2012년 519억원,2013년 323억원,2014년 388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순이익 발생은 토지등 자산처분과 영업외 사업에 의한 것으로 영업에서는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의 최우선 업무는 농업기반시설의 개·보수 사업이다.
하지만 농민들에게 제일 중요한 민원을 해결하지 않고 할일을 떠넘겨 버리는 자세는 농민들의 불만을 불러 일으키고 공사의 존립에 의문이 들게 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무책임함은 지사 고위층들의 복무 자세에서도 볼 수 있다.
김포시 읍‧면장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사장이 부임해서 떠날 때까지 한 번도 만나 본 예가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게다가 “지소장도 간혹 현장에서 얼핏 볼 뿐 업무상으로 얼굴을 맞댄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2015년 1월에 부임한 장 김포지사장은 “지소만 순시를 했고 읍면은 가보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는데 갈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답했다.
농어촌공사의 현장은 농촌이고 고객은 농민이다. 그런데 농촌의 현장 민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농촌의 장과 임기 수 년 동안 일면식도 없이 지내다 그냥 가버린다는 것은 복지부동한 공사의 일면을 보여준다.
“농업인들이 가뭄·홍수 등 풍수해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안전영농을 실현하고 고객을 섬기는 공사,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성심을 다할 것이라는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의 인사말이 공허하게만 들린다.
객원논설위원 권오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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