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험회사 관리감독자였던 하인리히는 저서‘산업재해예방’에서‘1대 29대 300’의 법칙을 소개했다.
그는 수천 건의 상담을 통해 '사고는 한 순간에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그에 앞서 여러 차례 경고성 징후를 보낸다'고 분석했다.
큰 사고가 나기 전 29번 이상의 경미한 사고와 300번 이상의 징후가 나타난다는 것.
그러므로 그런 징후들을 제대로 파악해서 대비책을 세우면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오늘날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이론이다.
김포시 아트홀 신축공사장에서 건축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엊그제 발생했다.
콘그리트 상판이 무게를 견디지 못한 지지대가 휘어지는 바람에 12미터 아래로 무너졌다. 이 사고로 인부 1명이 매몰돼 죽고 8명이 다쳤다.
사고 원인은 시공 규정을 무시한 부실공사 탓이다.
사고 전 이미 지지대가 휘어져 공사가 중단됐었는데 이를 무시하고 강행하다가 일어났다. 건축 전문가들은 지지대가 이상이 생겼으면 구조진단을 다시 한 후 공사를 해야 하는데 콘크리트 등 비용을 아끼려고 무모하게 공사한 게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하인리히 이론을 적용하면 이번 공사의 시행 및 감리자가 김포도시공사이므로 사고는 오래 전 예견됐다.
수 년 전부터 도시공사에는 이번 사고에 대한 경고성 징후가 계속 나타났다. 경영마인드 부족한 사장, 직원 향응수수, 분양대행업체 퍼주기, 사장과 간부들 근무시간 술판 잔치, 간부간 폭력싸움 등 도미노 경보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도시공사 경영진도 감독자인 김포시도 이런 경고를 소홀히 해 결국 대형 사고를 맞고 말았다.
서비스 부문에서 세계적인 물류회사 페덱스사는 1:10:100의 원칙으로 문제에 대처해 비용 낭비를 막고 있다.
불량이 생길 경우 즉각 고치는 데에는 1의 원가만 들지만, 책임소재나 문책 등의 이유로 이를 숨기다가 그대로 회사 문을 나가면 10의 원가로 증가한다.
이것이 고객 손에 들어가 클레임이 되면 100배의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에 문제를 해결한다.
하인리히의 분석대로 도시공사에 초기 경고가 나올 때 김포시가 빠른 대책을 내놓았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고 페덱스사의 예처럼 비용도 적게 들 수 있었다.
하지만 대형 사고를 당한 지금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고 100배나 되는 막대한 비용도 물어야 하고 김포시의 신뢰도도 추락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모양새다. 공직자들은 이번처럼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려면 지금 또 다른 징후는 없는지 눈을 크게 뜨고 귀를 바짝 세워야 할 것이다.
권오준 객원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