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9일자 의협신문에 의하면 부실건강검진 사례가 지난 3년간 4만 5823건이나 발생하는 등 최근 부실출장검진 사례증가로 지난 8월부터 국가 권익위에서 조사에 착수하였고, 검진의로 지정되지 않은 의료인이 출장검진에 참여할 경우 검진 비용을 전액 환수하고 검진 대상자 안내문의 남발 방지를 위해서 사전동의서를 받은 경우에만 허용하도록 시행하여 국민들의 혼란을 줄이도록 하였으며, 부실한 장비와 형식적인 검사로 인하여 질환 발견도 놓치는 경우도 발생 되어 보건복지부에 제도 개선 및 시정을 권고하였다.
출장검진은 보통 공단검진 지정병원으로 선전하여 우편물 발송이나 단체를 통해서 시행하는데 다른 곳에서 얻은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하고 많은 수의 사람을 짧은 시간에 진료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없다.
과거에 대학병원에 있을 때 출장검진을 나갔는데 오전에 300명에서 400명을 본적이 있다. 이런 경우는 한 분당 1분 이상을 볼 수 없어 그냥 “아픈데 없나요?” 묻고는 없다고 하면 “다음 분 오세요!”하고 말았다. 한 젊은 여성이 머리에 비듬이 심하다며 왔었는데 같이 일하시는 동료 아주머님들이 처녀가 시집가야 하는데 어떤 병이냐고 하여 보니 머리 앞부분이 하얗게 되어서 보기 흉했다. 당시 무좀균과 비슷한 균이 머리에도 생길 수 있고 아니면 습진일거라고 생각된다며 진균연고를 바르면 될 것이라고 했더니 그렇게 해도 6개월 이상 같은 상황이라며 매번 검진 때마다 진료를 받았는데 변화가 없다고 했지만 그냥 대수롭지 않게 “피부과 가보세요”하고 넘겼다. 끝나고 병원으로 오던 차에서 갑자기 전혀 치료가 다른 건선이라는 질환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건선은 자가면역질환으로 광선요법과 치료가 다른데... 병원에서 상담했으면 피부과에서 간단한 검사나 조직검사만 하면 금방 알 수 있는데 좀 더 시간을 두고 설명했으면...’
그 날 저녁 그 아가씨의 안타까운 얼굴이 떠올랐다. 공장에서 일해서 동생도 챙긴다는데 시간과 돈이 없어서 속상해하며 어두운 표정으로 지낼 것을 생각하면 15년 전 이야기지만 아직도 가끔 떠올라서 부끄럽고 또 마음이 아프다. 지금의 출장검진도 더 나아진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또한 병원 내과 과장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지만 이번에 내시경 검사에서 “안타깝게도 소견이 위암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면 “매년 출장검진을 했는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하냐?”, “어이없다. 피로 암검사 다했는데 무슨 말이냐?”하시는데 설명하기도 어렵고 답답한 마음을 갖는 경우가 한두 번도 아니란다. 그래서 출장검진보다는 공단검진 중 40대 이상 암검사는 의원이나 병원을 꼭 방문하여 내시경 및 대장내시경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출장검진은 검사도 형식적일 수밖에 없고 고가의 좋은 장비를 이용할 수 없으므로 국민들의 건강관리에 오히려 혼선만 초래할 뿐이고 정부에서도 이제는 출장검진 기관들의 형태가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고 있다고 판단하여 내후년에 축소한다고 논의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체나 단체 및 주민들은 시간이 없어서 병원방문은 어렵겠다며 출장 나와 달라고 말하는 것이 현실이다.
‘1-2년에 한 번 하루 2-3시간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오늘도 검진팀장에게서 전화가 와서 출장검진으로 하면 안 되겠냐는 또 같은 소리다. 나는 역시 안 되고 꼭 방문해서 검진 받게 하라고 팀장에게 말했다. 속으로 그럴 것이다. 이 고집불통 답답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농사 짖느라 의원도 잘 가보지 못하는 많은 어르신들과 과거의 슬픈 소녀의 모습이 떠오르며 또 고집을 부려본다. |